「나의 특이한 게임 답사기」는 필자가 즐기거나 체험해 본 게임들 중 특이한 요소를 지녔거나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지닌 게임들을 소개, 리뷰하는 코너입니다. 지금까지 즐긴 게임 외에도 새롭고 특이한 게임을 만난다면 이 코너를 통해 선보이고자 합니다. 코너의 특성상 연재 주기가 비정기적일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많은 스트리머를 괴롭힌 게임이 있다. 항아리에 갇힌 남자가 망치 만을 이용해  산을 오르는 게임으로, 익히기 어려운 조작 덕에 실시간으로 멘탈이 파괴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게임의 개발자는 '베넷 포디'(Bennett Foddy)로, 과거에 허벅지와 발목을 일일이 움직여 멀리뛰기 기록을 겨루는 게임 'QWOP'를 개발한 바 있다. QWOP와 마찬가지로, 이번 게임 또한 보는 것만큼 쉽지 않은 게임이다. 이번 게임은 '게팅 오버 잇 윗 베넷 포디'(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 이하 게팅 오버 잇)다.



게팅 오버 잇의 캐릭터는 직접 움직이지 않는다. 직접 조작 가능한 물체는 오직 망치의 머리 부분 뿐이다. 이를 이용해 곳곳에 망치를 걸거나 벽을 밀어내는 등 다양한 조작으로 잡동사니들로 이루어진 산을 올라야 한다.


산은 오를 수록 더욱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로 만들어져 있으며, 특정 구간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산을 직접 걸어 오르는 것이 아니기에 신중한 조작이 요구되는 것이 게팅 오버 잇의 특징이다.


최근 많은 게임들이 유저의 실수에 관대한 가운데, 게팅 오버 잇은 이러한 시류에 역행한다. 산을 오르다 마우스를 조금만 세게 움직이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이동하면 높은 확률로 '태초마을' 행 급행열차를 타게 된다.


그렇게 산을 오르다 보면, 게임의 제목에 써 있는 것처럼 개발자인 베넷 포디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자신이 이 게임을 개발하게 된 계기와 자신이 유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추락한 플레이어에게 전하는 (위로 같지 않은) 위로까지.



정상을 향해 오르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필자는 게팅 오버 잇이 우리네 인생사와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에는 다양한 굴곡이 존재하고, 때론 내가 넘기에는 너무 벅찬 산을 만날 때도 있다. 너무 큰 욕심을 부리기도 하고, 이러한 욕심이 화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어려움을 다 이기고 나면 그 마저도 모두 추억이 된다.


지금까지의 게임 플레이에 대한 반성도 뒤따랐다. 너무 쉬운 길만 가려 하지 않았나? 자동진행이 편하다고 의존하지 않았나? 게임이 잘 되지 않는다고 쉬이 포기해버리지 않았는가? 나는 지금까지 온전히 게임을 즐겨 오고 있었나? 베넷 포디는 '특정한 부류의 사람에게 상처 입히기 위해' 이 게임을 만들었다고 했지만, 이러한 물음들은 머리에서 쉬이 떠나지 않았다.


인생과 게임에 임하는 자세를 되돌아보게 해 준 게팅 오버 잇. 내 기억에 오래 남을 게임이 된 듯 하다.



+ Recent posts